경제/트렌드

AI로 전염병 예측하고 원격으로 환자 관리한다

마살라 2020. 3. 3. 11:48

 

최근 중국에서 발생해 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인해 공중 보건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적으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세계 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먼저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블루닷은 의사 및 프로그래머 40여 명으로 구성된 캐나다 스타트업으로, 의료 전문 지식 및 고급 데이터 분석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전염병을 추적하고 예측했다.

항공사 데이터 분석해 전염병을 경고하는 블루닷
블루닷의 창업자이자 의사인 캄란 칸(Kamran Khan) 박사는 2003년 사스(SARS) 창궐 당시 토론토에서 전염병 전문가로 일했는데 당시의 경험으로 블루닷을 창업했다고 한다. 캄란 칸은 “2003년에 바이러스가 도시를 압도하고 병원을 무력화하는 것을 지켜봤으며 전염병 추적 및 대응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캄란 칸은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한 끝에 블루닷을 창업했고 여러 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블루닷은 여러 곳으로부터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자연어 처리 기술과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분석한다. 데이터는 60개 이상의 언어로 돼 있으며 항공사 데이터 및 동물 질병 정보도 분석한다. 다만 SNS상의 데이터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블루닷이 감염된 사람의 예상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글로벌 항공사 발권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결과로 우한에서 방콕, 서울, 타이베이,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나타날 것으로 정확히 예측했다는 점이다.
블루닷은 크게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블루닷 인사이트(Insights)는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 전염병을 추적하고 경고하는 서비스다. 블루닷 익스플로러(Explorer) 서비스는 전염병 분석을 위해 필요한 국가별 인구 밀도, 실시간 기후 정보, 곤충 및 가축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각종 도구를 제공한다. 블루닷은 AI를 통한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과 인간의 검토를 거쳐 과학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블루닷의 고객은 정부, 의료기관, 기업들이며 개인 사용자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세계 12개국의 정부기관 및 의료기관에서 블루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의사의 문서 작업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소프리스 헬스, 원격으로 환자 관리 서비스 제공하는 센 스리
해외에서는 AI 기술을 이용해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소 프리스 헬스(Sopris Health)는 의료 데이터 처리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소프리스 헬스는 자연어 처리 기술로 환자의 증상, 병력, 임상 이력 등을 수집, 분류, 분석해 문서화를 자동적으로 해주는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사는 진료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으며 오류도 줄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소프리스 어시스턴트(Assistant)라는 명칭의 이 서비스가 채팅 형태의 인터페이스로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소프리스 헬스는 이를 이용해 의사가 스마트폰으로 임상 메모를 즉시 기록하면 전자 의무기록(EHR; Electronic Health Record) 시스템에 전달됨으로써 문서화 및 데이터 입력에 소요되는 시간의 80%를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별도의 문서 입력 시간을 가질 필요 없이 한 환자를 진료한 후 병실에서 나와 다른 병실로 이동하면서 임상 메모를 기록하면 이것이 자동으로 디지털화돼 EHR 시스템에 입력된다. 말 그대로 어시스턴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센 스리(Sensely)는 아바타 및 챗봇(Chatbot)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 스리는 개발 플랫폼(SDK; Software Development Kit)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환자 관리 외에도 보험 계약,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환자 관리에 국한해 살펴보자.
센스리 서비스에서 사용자와 대화할 아바타는 알렉스, 소피아, 잭 등 몇 가지 남녀 캐릭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센스리는 텍스트 음성 변환 및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한다. 환자의 증상을 평가하거나 건강 정보를 제공하거나 심부전(CHF),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당뇨병 등과 같은 14가지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센 스리가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종합병원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과 함께 기업 고객을 위한 직원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직원들에게 센스리 기반의 건강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직원은 단지 몇 분 만에 자신의 증상을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센 스리는 기업이 이를 이용함으로써 직원의 결근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직원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며 신종 전염병이 계속 창궐함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의료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병원이 모든 환자를 신속하게 진료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감염의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살펴본 AI 기술을 이용한 전염병 예측, 의료 데이터 처리 자동화, 원격 환자 관리 등은 더 나은 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 의료산업은 의료 데이터 활용, 원격진료, 온라인 처방, 조제약 택배 등 많은 분야에서 규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서비스 모델이 많다. 빠른 시일 내에 혁신이 가능한 국내 환경이 조성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