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센스 신청 <​..네이버소유권확>​ ​ <구글서치소유권>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 - ‘새로운 30년’은 시작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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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 - ‘새로운 30년’은 시작되었는가? -

금융위기와 ‘뉴 노멀’( New Normal )의 등장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설되는 새로운 경제적 기준을 말한다. IT거품이 꺼진 2003년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 로저 맥나미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는 세계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이 자신의 저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뉴 노멀에 빗대어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는 신자유적인 경제정책을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과 규제완화가 표준이었다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계·기업의 광범위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따라 나타나는 저성장·저소득·저수익률 등 3저 현상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조짐이 짙던 2007. 국내외 경제학자, 시장 전문가, 기업인들이 빼놓지 않고 쓴 표현이 있다. 불확실성’. 언제부턴가 누군가는 불확실성의 상시화란 근사한 말을 하기도 했다. 위기 관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반복됐다. 엄살이 아니었다.

 

매년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 금융회사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위기 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쪼그라들고, 그 대주주는 경영권과 지분을 채권자에 넘겼다. 래리 서머스(하버드대 교수·미국 재무장관) 등 석학들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란 말로 당대를 규정했다.

 

뉴 노멀 시대의 또 다른 풍경은 혁신에 대한 열정이 었다. 세계 혁신의 심장,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쓸려 들어갔다. 뉴 노멀이 만든 저금리·저성장 환경은 기존 산업에서 돈 벌기 어려워진 월가 금융자본의 시선을 실리콘밸리로 이끌었다.

 

JP모건·씨티 등 대형 투자은행 출신 은행가들은 하나둘 벤처캐피털(VC)로 둥지를 옮겼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도 신문은 큼지막하게 다뤘다. 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는 저성장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희망이자 우상이 됐다.

 

3~4년 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핵심 화두로 ‘4차 혁명, 한국에서도 혁신 성장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창업과 혁신, 기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캐피탈로의 자금 쏠림은 2008년 위기가 없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현상이다.

 

경제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위기가 터지기 전, 어느 누구도 제로 금리·양적 완화 정책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상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엄청난 돈이 풀렸는데도 인플레이션은커녕 디플레이션 공포가 떠나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 첨병으로 불리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늘날 포용 성장(Inclusive growth)’의 전도사가 됐다. 불평등은 경쟁을 촉진하고 성장 과정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라던 시각도 빛이 바랬다. IMF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다는 정책 권고를 매년 내놓는다.

 

통화를 무한정 풀어도 된다는 현대화폐이론이 조명받고 블록체인 기술에 토대를 둔 암호화폐는 법정통화 중심의 화폐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모두 전례 없던 일이며, 2008년 위기가 촉발한 변화이다

 

정치·사회의 격변

2016, 세기적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해 6월 영국 국민은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선택했다. 5개월 뒤 이번에는 미국 유권자들이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뽑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두 선거(혹은 투표)에 앞서 여론조사기관, 정당인, 정치학자 어느 쪽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도박사를 비롯해 외환시장 전문가도 다르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닮은 꼴이다. 되짚어보면 이와 비슷한 예기치 못한 사건은 그전에도 있었다. 2010년 아랍의 봄(튀니지를 시작으로 중동·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 2012년 경제난에 봉착한 남유럽 국가들의 EU 혹은 유로 질서에 대한 반발이 그런 예다. 이런 전조에 주목하지 않던 사람들이 2016년 두 선거 결과에 깜짝 놀랐다. 이런 사건들은 돌발적 혹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길 기대하거나 예측했지만 실제 흐름은 그러지 않았다.

 

유럽의 정치 지형은 10년 사이 확 달라졌다. 남유럽에선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이, 중유럽과 북유럽에선 우파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상당수가 연합 정부에 참여하고 있거나 제2당에 올라가 있다.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은 더 이상 군소 정당이 아니다.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상징인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세는 크게 확장됐다.

 

영국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가 운영하는 토니 블레어 재단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유럽 내 포퓰리즘 정당 수와 지지율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중도 좌·우파 정당의 지지기반은 쪼그라들었다. 정치의 양극화이며, 포퓰리즘의 전성시대다.

 

트럼프 이후 미국 정가도 전례 없는 모습을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맞설 민주당 유력 후보들은 전통적 민주당 후보와는 결이 다른 주장을 편다.

 

지난 2016 대선에서 급진파로 분류된 버니 샌더스의 과감성을 무색케 한다. 민주당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상원의원)은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IT 공룡 기업들의 분할과 대기업의 합병 금지, 부자세 도입과 같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후보 경선 1위를 달리며,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으로 분류돼 온 조 바이든(오바마 정부 때 부통령)도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7%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리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자본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자신의 공약으로 제시한다. 어떤 후보든 진보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위기가 장기화되고 그 영역이 정치와 경제를 넘나들면서 이 둘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시각들이 부쩍 늘었다

 

두 영역에서 별개로 벌어지는 사안으로 여기던 초기의 모습과는 다르다. 단순히 포퓰리즘적 선동가에 어리석은 대중이 놀아났다는 선거(혹은 투표) 직후 팽패했던 인식은 줄었다.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러스트벨트(미국)의 존재와 제조업이 몰락한 잉글랜드 중북부 지역의 불만(영국)이 조명받았다.

 

나아가 2000년대 이후 활발해진 국경 간 인구 이동에 주목한 이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함께 떠오른 내셔널리즘 또는 보호무역주의의 배경에서 이민자변수를 찾아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지난 30년간의 세계화 과정에서 가장 이득을 보지 못한 계층이 선진국의 중하층 계급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코끼리 곡선을 수량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30년간의 소득 변화를 따져본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좌우를 넘나드는 엘리티즘에 대한 반성과 내부 폭로도 잇따랐다. <타임> 논설주간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엘리트독식사회(원제 : Winners Take All)(2018)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리처드 리브스가 쓴2080의 사회(Dream Hoarders)(2017),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존 캐리루의배드 블러드(Bad Blood)(2018) 등이 그런 저작에 속한다. 단행본이 나온다는 의미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성과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이 그만큼 풍부해지고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새로운 30년의 시작

 

현재의 혼돈 양상을 좀 더 넓은 시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양차 대전 이후 30년 주기로 변화하는 세계사가 이제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의견들이다. 하버드대의 대니 로드릭 교수나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주창한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사회는 전후 30년마다 큰 질적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먼저 전후 30년 동안은 영구 평화완전 고용이라는 정치적·경제적 목표에 따라 선진국 사회가 흘러갔다. EU 체제 구축을 통해 양차 대전의 토대가 된 내셔널리즘을 통제했고, 케인지언 처방에 따른 경제 정책이 구사됐다. 하지만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석유 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펼쳐지면서 시장 경쟁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신자유주의 질서가 등장했다.

 

국경의 의미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약화되며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나아갔다. 개별 국가의 경제 정책 수단도 점차 줄어들면서 세계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이 구축돼 온 시기라는 것이다.

 

오늘날 유럽 국민들 사이에선 왜 선출되지 않은 권력(유럽연합 집행부,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기구)이 자신들의 삶을 통제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렇게 또 30년이 지나갔고 이제 새로운 30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징후 내지 변곡점은 2008년 금융위기로 본다. 새로운 30년의 특징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내셔널리즘 가치의 부활, 자유무역의 쇠퇴가 꼽힌다. 우리는 새로운 30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국내·외 경제지표 (2019년 12월 23일 기준)